개구리와 선비
일본에는 하나후다 라고 하는 딱지놀이가 있다. 이 놀이가 19세기경 조선으로 전해졌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의 화투놀이로 변형된 것이다.
처음 누가 조선에 전파시켰는지는 알 수가 없다. 아마도 일본의 상인들이 한국을 왕래하면서 퍼뜨린 것으로 여겨진다.
화투는 오늘날 가장 대중적인 우리의 인기 놀이가 되었다. 어릴 때 장난 삼아 친구들과 놀던 생각이 난다. 그런데 어린 마음에 궁금한 것이 하나 있었다.
화투의 그림은 48장이고 47장은 자연 풍경이다. 그런데 유일하게 사람이 한 사람 등장한다. 끝발 날리는 비광의 인물이다.
도대체 우산을 쓰고 서 있는 이 사람은 누구일까 ?
어떤 사람은 풍신수길 이라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노부나가 라고도 했다.
일본에 와서 알고 보니 그런 사무라이가 아니라 실재의 주인공은 오노노도후 라는 준수한 선비였다. 오노노도후는 책을 펴놓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때는 장마철이었다.
떨어지는 빗방울소리에 마음은 심숭생숭하고 도무지 공부가 되지 않았다.
책을 덮고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떨어지는 물방울을 바라보며 빗속을 걸었다.
냇물은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철벅철벅 흘러가는 물을 밟아가면서 물길 산책을 하였다. 냇가에 늘어진 버드나무 길을 걸었다.
그런데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광경이 있었다. 개구리 한 마리가 버드나무 가지에 오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뛰었다가는 미끄러져 떨어지고
뛰었다가는 미끄러져 떨어지고...
아프기도 할 것이고, 피곤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뛰고 또 뛰는 것이었다.
드디어 개구리는 성공하여 버드나무 가지를 잡았다. 오노노도후는 개구리를 보고 크게 깨달았다. 집으로 돌아와 공부를 다시 정진하게 되었고 훗날 일본 서도의 아버지로 불리는 서예가가 되었다고 한다.
인간이 하찮게 생각하는 개구리도 자기가 세워놓은 목표에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정신력이 있었다. 시작만 있고 끝이 없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는 일을 저질러 놓고 책임 없이 도망을 가는 사람도 있다.
개구리보다도 못난 사람이 되어서야 어디에 쓰겠는가 ! 책을 들었으면 의미를 터득하기 전에는 책을 덮지 말고, 벌려 놓은 일이 있다면 좋은 마무리를 지어 끝을 아름답게 할줄 아는 개구리보다는 낳은 사람이 되어야겠다.